토익 800점을 받고, 영어 기사도 읽고, 문법 문제도 웬만하면 맞힙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말을 걸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이 격차를 겪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많은 분들이 "내가 아직 실력이 부족한가" 하고 결론을 냅니다. 하지만 원인은 다른 데 있습니다.
아는 것과 꺼내는 것은 다른 능력입니다
기억에는 두 가지 다른 작업이 있습니다. **알아보는 것(재인)**과 **꺼내는 것(인출)**입니다.
영어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건 재인입니다. 눈앞에 답이 있고, 우리는 그게 맞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객관식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반면 말하기는 인출입니다.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머릿속을 뒤져 표현을 끄집어내고, 순서대로 배열하고, 발음까지 해야 합니다.
문제는 재인 연습을 아무리 많이 해도 인출 능력은 거의 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문제집을 열 권 풀어도 말이 안 나오는 이유가 이겁니다. 우리가 십수 년간 해온 영어 공부는 대부분 재인 훈련이었습니다.
실시간이라는 조건
여기에 또 하나가 겹칩니다. 대화는 시간이 없습니다.
글을 쓸 때는 5초를 고민해도 됩니다. 하지만 대화에서 5초 침묵은 어색합니다. 실제로는 1~2초 안에 문장이 나와야 합니다.
그 1~2초 안에 우리가 하려는 건 이겁니다.
- 한국어로 하고 싶은 말을 떠올린다
- 그걸 영어로 번역한다
- 시제와 어순을 점검한다
- 단어를 고른다
- 발음한다
다섯 단계를 2초 안에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입이 안 떨어집니다.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처리 시간의 문제입니다.
그럼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나
그들도 다섯 단계를 빨리 하는 게 아닙니다. 단계 자체를 건너뜁니다.
원어민이나 유창한 화자는 문장을 단어 단위로 조립하지 않습니다. 이미 통째로 저장된 덩어리를 꺼내 씁니다.
예를 들어 "어떻게 생각해?"를 말할 때, What + do + you + think를 조립하는 게 아니라 What do you think?를 한 덩어리로 꺼냅니다. 조립 과정이 없으니 시간도 안 걸립니다.
영어를 잘한다는 건 문법 지식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꺼내 쓸 수 있는 덩어리를 많이 갖고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바꿔야 하나
방향은 명확합니다. 재인 연습을 줄이고 인출 연습을 늘려야 합니다.
한국어를 보고 영어로 만들기. 영어 문장을 보고 해석하는 방향은 재인입니다. 반대로 가야 합니다. 한국어 문장을 보고 영어로 말해보는 연습이 인출입니다. 같은 문장 100개라도 방향에 따라 효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시간 제한 걸기. 3초 안에 안 나오면 넘어가세요. 오래 고민해서 만들어낸 문장은 대화에서 쓸 수 없는 문장입니다. 실전 조건에서 연습해야 실전에서 나옵니다.
덩어리째 외우기. 단어를 외우고 문법으로 조립하는 방식은 시험에는 통해도 대화에는 안 통합니다. 자주 쓰는 표현은 통째로 저장해두세요.
소리 내서 하기. 머릿속으로만 하면 인출의 마지막 단계인 발음이 빠집니다. 입 근육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실력이 없는 게 아닙니다
독해가 되는데 말이 안 나온다면, 재료는 이미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부족한 건 지식이 아니라 꺼내는 훈련입니다.
그리고 이건 새로 몇 년을 공부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이미 아는 것을 꺼내 쓰는 연습이라 생각보다 빨리 체감됩니다.
패턴 단위로 인출 연습을 하고 싶다면, Patto는 한국어를 보고 영어로 말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앱입니다. 자주 쓰는 표현을 덩어리째 익히고,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꺼내 쓰는 연습을 합니다.